처음 전세계약을 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보호 장치인데요. 계약하고 나면 바로 해야 한다고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하게 왜 해야하는지, 차이점은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부동산 용어가 생소하고 어려워 그냥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거의 전 재산이 투입되는 일이고 앞으로 더 나아가 매매를 할 수도 있고, 그 집에 임차인을 들여 월세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미래를 위해서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생초보 시절이 있었습니다. 계약을 하러 갔는데 공인중개사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전 재산을 건네는 일인데 ‘네’라는 말만 반복하고 도장 찍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상대방도, 공인중개사도 좋으신 분들이셔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안 좋은 의도를 갖고 사기를 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부동산 사고가 터져 뉴스에 나오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단순히 전세계약을 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마시고, 이 글을 통해서 시야를 좀 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왜 해야하는지 알고 하셔야죠
우선, 경매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야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경매에 관심도 없고 할 의향도 없으시겠지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배경 자체가 경매가 진행 되었을 때 세입자의 권리를 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일 집주인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을 때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알아서 지켜내야 합니다.
관련 용어들이 법에 친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생소하고 기억에도 안남겠지만, 자주 보고 듣다보면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사용하시게 되실 거에요.
경매 권리분석에서 제일 중요한 것
경매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 그 물건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자주 하는 입지 분석 외에도 권리분석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진행하곤 합니다. 권리분석은 말 그대로 대상 물건에 얽혀있는 권리들(근저당권, 가압류 등)을 살펴볼 때 쓰는 용어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말소기준권리’와 ‘세입자’인데요. 이 두 가지를 살펴보고 세입자를 끼고 낙찰을 받게 될지, 보증금을 돌려주고 세입자를 내보내야 할지, 내보내야 한다면 입찰 금액을 얼마를 써서 낙찰을 받아야 할지 등을 정하게 됩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대항력의 유무, 우선변제권의 유무에 따라 새로운 집주인을 만나 전세기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지낼 수도 있고, 이사를 가야할 수도 있으며, 보증금을 전체 또는 일부만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인데요. 이 두 가지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에 직결되는 사항이니까 간단하게 알아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대항력과 전입신고의 관계
대항력은 쉽게 말해 세입자가 새로운 집주인이나 채권자들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즉,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더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집주인에게 나의 전세계약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강제로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대항력을 인정받으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주택의 인도(실제로 집에 거주하고 있는지)
- 주민등록 이전(전입신고를 했는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을 때 대항력이 생기고, 효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5월 1일에 전입신고를 했다면 5월 2일 0시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유의할 점이 있다면 ‘다음날’입니다. 전입신고를 방금 주민센터에 가서 하셨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5월 2일이 되기 전에 집주인이 마음먹고 집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항상 법이 모든 경우의 수를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법을 피해 불법적인 일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수법은 계속 고도화 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세입자를 보호하고자 법을 만들었는데 그 틈을 파고드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리스크를 계약서에 특약을 넣음으로써 방지해야 합니다. 경험이 많은 공인중개사의 경우는 본인만의 특약 리스트가 있어서 애초에 계약할 때 기본적으로 넣어주는데, 이제 막 실무를 시작한 공인중개사를 만나게 되었다면 특약 사항이 한 두 줄 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악의가 있는 상대방이 알려줄리 만무하고, 우리가 직접 내용을 알고 있다가 ‘이 특약 추가로 넣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약 예시는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세입자는 00년 0월 0일 잔금일까지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기로 하고, 임대인은 위 약정일자의 다음날까지 임차 주택에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으며, 타인에게 매도할 수 없다
계약을 마치고 키를 받은 다음 바로 전입신고를 해야 된다는 것은 곧 대항력을 인정 받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혹시 가족이나 친척들이 전세계약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계약서에 특약을 확인하라고 조언해 주세요.
우선변제권과 확정일자의 관계
혹시 집주인이 집 담보로 대출 받는 거랑 세입자인 저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드셨나요? 그럼 이제 우선변제권에 대해 알아볼 차례입니다.
집이 경매로 낙찰이 되면, 낙찰금을 채권자들이 순서대로 배당을 받아 가져가게 됩니다. 예를들어 10억짜리 집이 경매에 넘어가 10억에 낙찰 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집을 담보잡은 채권자는 3명이고 담보잡은 순서대로 A는 7억, B는 3억, C는 3억이라고 가정해보죠.
그럼 법원에서는 낙찰금 10억을 채권자에게 순서대로 배당해주게 됩니다. A에게 7억 주고, B에게 3억을 주고.. 어? 낙찰금을 다 줘버렸네? C는 어쩌지? 근데 C야. 너는 이 집 담보 잡을 때 너보다 먼저 앞에 있던 A랑 B 고려를 안 했니? 그건 네 책임이야.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줄 배당금은 없어.
여기에서 우리 세입자가 C라면 어떻게 될까요? 소중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전세를 들어가려는 집에 집주인이 먼저 저당 받은 것이 있다면, 보증금을 회수 하지 못할 수 있어 리스크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입자가 채권자 무리 중에 줄을 서려면 즉, 변제권을 얻으려면 난 이 날짜에 줄을 섰다는 확정일자를 우선 받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위에서 설명했던 대항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요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우선변제권이 생기게 됩니다.
참고하셔야할 점은 우선변제권이라고 해서 정말 우선적으로 배당을 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선변제권을 획득할 당시 이미 앞에 저당권이 잡혀 있었다면 다음 순위에서 배당 받을 수 있습니다. 최우선변제권이 별도로 있긴 하나, 여기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라 추후 설명드리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배당받는 줄에 확실하게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차이점 비교
이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에 대해 조금 감이 잡히셨나요? 요약해서 정리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항목 | 전입신고 | 확정일자 |
---|---|---|
목적 | 대항력 확보 | 우선변제권 확보 |
절차 | 주민센터 방문 > 주민등록 이전 | 주민센터 방문 > 확정일자 도장 |
필요 서류 | 신분증, 임대차 계약서 원본 | 임대차 계약서 원본 |
발생 권리 | 점유를 통한 세입자 권리 | 보증금 우선 변제 권리 |
시기 | 잔금 치르고 즉시 | 잔금 치르고 즉시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어떤 순서로 해야하나요
위의 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잔금 치르고 이사한 날에 계약서 들고 바로 주민센터 가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두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이 이렇게 많이 하시고, 공인중개사가 잔금 치르는 날 바로 가서 하시라고 안내도 해 줄 거에요.
주민센터에 가서 번호표 뽑고 접수하시고 ‘오늘 전세 계약 하고 왔는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받으러 왔습니다’라고 하시면 공무원이 안내 해주실 거에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꼭 둘 다 해야 하나요?
A1. 네, 둘 다 해야 합니다. 전입신고는 대항력 확보,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하나만으로는 보증금을 완전히 보호할 수 없습니다.
Q2. 대항력이 있으면 보증금은 안전한가요?
A2. 아닙니다. 대항력은 거주할 권리만 보장해주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우선변제를 받을 순 없습니다. 보증금 회수를 위해선 반드시 확정일자를 받아 우선변제권까지 갖춰야 합니다.
Q3. 우선변제권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생기나요?
A3. 다음 3가지를 모두 충족해야만 우선변제권이 발생하며, 경매 시 보증금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회수할 수 있습니다.
-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확정일자
Q4. 최우선순위 세입자와 일반 세입자의 차이는 뭔가요?
A4. 최우선순위 세입자(소액임차인)는 일정 기준 이하 보증금을 가진 세입자로 경매 시 확정일자 없이도 일정 금액을 무조건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특별 보호 대상입니다. 일반 세입자는 확정일자와 대항력을 모두 갖춘 후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습니다.
Q5. 확정일자는 꼭 이사한 후에만 받을 수 있나요?
A5. 아니요. 확정일자는 계약서만 있으면 이사 전에 받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계약서 작성 당일에 바로 확정일자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사 후에는 반드시 전입신고와 실거주를 완료해야 우선변제권이 완성됩니다.